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Under inspirations   Posted @2010/07/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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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투정하는 소리처럼 들리는 노인네의 잔소리 같은 느낌의 책인데,


그 잔소리가 너무도 솔직하고 너무도 경청할만한 내용 같아서.


경청하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대단한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이러저러한 이야기들.


주변에 나이가 많이 들어서 현명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월을 제대로 겪어오면서, 이렇게 거칠면서,


이렇게 통찰력있는 잔소리를 해대시다니.


대단하신 양반. 기타노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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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에 느꼈던 그 공포감, 살아있다는 쾌감도 맛보지 못한 채 이대로 죽으면 어쩌나 하는 공포감은 극복한 것일까? 이 시점에 이런 반문을 던지는 것은 뚜렷하게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25p


성실하게 일하고, 가족을 지키며 자식을 키우는 삶.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생을 잘 살았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유명해지건 좋은 영화를 만들건 그 만족감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이 나이가 되어보니 알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너는 어느 쪽 인생을 선택하겠냐고 스무 살의 나에게 물었다면, 괴롭든 어떻든 뜨거운 인생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했을 것 같다.

인생을 한 번 더 다시 산다 해도, 역시 나는 몇억 도의 고온으로활활 타오르는 삶을 선택할 것이다.

27p


하지만 자유가 된 개인은 엄청난 불안을 안게 된다. "뭐든 자유롭게 해도 좋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한다. 누구라도 좋으니 리더를 찾아 따라붙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든 친구들의 무리 속에 들어가려고 한다.

42p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까이 하기 어렵고 두려운 정도가 딱 좋다.

아버지는 아이가 최초로 만나는 인생의 방해꾼이어도 좋다.

아이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버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

57p


  기타노 다케시다운 이야기.

  저는 아버지가 되어본 적이 없기에 모르지만,

  경청하고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정말로 위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요즈음 체벌 관련한 이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하죠)


예나 지금이나 사물의 본질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이다.

하지만 세상은 아무리 노력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59p


내가 어렸을 때는 부족한 것 투서이었다.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무엇인가를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내 어린 시절의 기쁨은 이런 식으로 거의 포기에 가까운 동경과 그렇게 동경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기쁨으로 이루어져 있다.

61p


아무리 생각해도 평등하지 않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 평등하다는 착각에 빠져들면서,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에게 "너는 멍청이라서 안 돼"라고 하는 것보다 그쪽이 훨씬 더 잔혹하다.

6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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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희한하게도 어딘가에 적을 만들지 않으면 평화롭게 지내지 못하는 동물 같다. 바깥에 적이 없어지면 집 안에 적을 만든다. 평화를 추구하는 시민 단체끼리 싸우고 있을 정도이니......

69p


자유라는 것은 어느 정도의 테두리가 있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무엇이든 해도 좋다고 하는 세계, 즉 테두리 없는 세계에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혼돈이다.

축구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77p


인간의 지혜와 상상력은 장애물이 있을 때 더욱 풍부하게 발휘된다. 지혜와 상상력으로 벽을 넘은 곳에 자유의 기쁨이 있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허락된 세계에서는 지혜도 상상력도 발휘할 필요가 없다. 아무렇게나 뒹굴면서 먹고 싶은 거나 먹고 텔레비전이나 보는 것이 고작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의욕이 없다고들 하는데, 어쩌면 그건 당연한 결과이다.

79p


타인의 성공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언제나 초조했고, 타인의 성공을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럴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물론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성공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100p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떄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125p


예법에 대해 아무리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알고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반대로 예법 따위는 몰라도 사람을 배려할 줄만 안다면, 예의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안되는 놈들은 그런 배려가 전혀 없다. 남의 기분을 배려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아예 없다. 그런 사람에게 배려를 가르치기는 어렵다. 남의 기분을 좀 생각하라고 말로 아무리 가르쳐봐야 별 효과가 없다.

138p


테이블 매너를 잘 아는 사람보다도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멋진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훨씬 기분 좋고 즐거울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중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어째서인지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점점 힘들어지는 부분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걸핏하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자랑은 한 푼도 득이 되지 않고, 그 자리의 분위기만 흐릴 뿐이다. 남의 자랑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랑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편이 훨씬 좋다.

142p


주면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흉내 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초밥 먹는 법도 술 마시는 법도, 옛날에는 그렇게 멋있는 어른을 흉내 내면서 배웠다.

그렇게 생각하면 노인들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 예법을 익히지 못한 것은 모범이 될 만한 어른이 없엇기 때문이기도 하다.

153p


IT로 세계가 묶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진화하고 풍요로워졌다고 말하지만, 그것부터가 거짓말이다. 최신 테크놀로지의 은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젊은이들은 점점 고독해진다.

158p


문화는 모방으로 발전한다고들 한다. 아날로그식 모방은 그림을 흉내 내든 문장을 흉내 내든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완벽한 모방은 극히 어렵다. 아무리 능숙하게 모방해도 미묘하게 다르다. 그런 차이 때문에 어떤 작가를 모방하는 동안 자기 나름의 개성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생긴다.

161p


메일은 커녕 얼굴을 마주하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실제로 부딪쳐서 이야기하고, 끝내 이해하지 못하면 그때 포기하면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게 간단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으니.

163p


도구 덕분에 뭔가가 편리해지면 편리해진 만큼 인간의 어떤 능력이 퇴화한다. 요컨대 이것은 문명 자체가 안고 있는 병리다.

165p



메일이 세상에 퍼진 뒤 젊은이들은 사고 회로도 메일 수준으로 떨어졌다.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하고 메일을 쓰는 게 아니라, 메일로 쓸 수 있는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168p


여러 종류의 단맛을 모두 "단 것 같아요"라는 말로 정리해버리고, 세세한 표현을 하지 않는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을 끝까지 파고들어 자세히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대충 때우고 넘어간다고 할까. 요즘 세상에는 모호한 것들이 만연하고 있다.

169p


덕분에 우리는 현대인이 인류 사상 머리가 가장 좋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글너 쇳덩어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휴대전화로 어떻게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도 없다. 만약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설게도를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171p


밤에 대본을 쓰고 이불속에 들어가면, 눈을 감고 "오케이, 스타트!" 하고 카메라를 돌린다. 그럴 때 어떤 장면이 될지 상상하는 힘이 없으면, 편집도 못할 뿐 아니라 현장에 가서 촬영도 할 수 없다. 따로 훈련을 한 건 아니지만, 나는 첫 영화부터 그렇게 만들었다.

머릿속에서 카메라를 돌리지 못하면 영화감독 같은 건 할 수 없다.

211p




말하는 투가 어느 노인네가 "요즘 젊은 것들은 말이지.." 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잔소리를 할만한 사람이고,


듣다보면 그 잔소리가 잔소리가 아니고, 꽤 통찰력이 있는 말이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책을 계속 읽으며 다시 그의 영화가 보고 싶어졌어요.


우선은 <기쿠지로의 여름>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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